쟁글의 암호화폐 평가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 초 루나(LUNA) 폭락 사태 당시 루나 등급을 뒤늦게 하향 조정하며 논란을 빚었던 데에 이어 위믹스(WEMIX) 역시 유의종목 지정 이후에야 등급을 조정하는 ‘뒷북’ 심사가 계속되면서 사실상 투자 참고 지표로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쟁글 암호화폐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위믹스에 대한 쟁글 평가 등급은 BB+ 등급으로 기존 A 등급에서 세 등급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쟁글은 신용도평가 시스템 XCR(Xangle Credibility Rating)을 통해 암호화폐를 AAA부터 D까지 18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암호화폐를 평가한다. 위믹스 등급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에 대해 쟁글은 “지난달 27일 위믹스 유의종목 지정 사태로 재단에 대한 신뢰도 이슈가 있는 상황”이라며 유의종목 지정 다음날인 28일 신용도 점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XCR은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암호화폐 평가 시스템으로 통용된다. XCR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난해 특금법 시행 당시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암호화폐 실명 확인 계좌 발급에 XCR 등을 참고하도록 권고하는 평가 기준을 배포하기도 했다.
암호화페 거래소 역시 상장심사 과정에서 쟁글 평가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코빗과 고팍스, 프로비트 등 국내 거래소를 비롯해 OKX 등 해외 거래소도 암호화폐 상장 적격성 평가에 쟁글 신용도평가 보고서를 공식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글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결정하는 투자자도 상당수다.
그러나 최근 위믹스 사태로 XCR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쟁글이 위믹스 등급을 하향 조정한 시점은 이미 4대 거래소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후였다며 늑장 조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다. 위메이드가 물량을 초과 유통한 사실은 온체인 데이터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투자자 커뮤니티 내부에선 오랜 기간 논란이 일었던 사안인데 암호화폐 신용평가기관을 자처하는 쟁글이 이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쟁글이 공개한 XCR 평가 세부 기준에 따르면 토큰 유통 계획 관리 및 이행 평가는 토큰 이코노믹스 세부 항목으로 포함된 주요 평가 기준이다.
쟁글의 뒤늦은 암호화폐 등급 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쟁글은 테라·루나 사태로 루나 시세가 반 토막 이상 급락한 상황에서도 A+ 등급을 유지했다. XCR 등급표에 따르면 A+ 등급은 높은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에 부여된다. 위믹스의 경우와 동일하게 유통량 미공시 문제가 불거졌던 코스모체인(COSM)과 무비블록(MBL) 역시 거래소의 유의종목 지정 이전까지 우수 등급인 A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쟁글은 위믹스 등급 하향 조정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쟁글 관계자는 “저번 루나 사태에서 지적이 나왔던 것을 반영해 이번 위믹스 등급 조정은 아주 빠르게 이뤄진 편”이라며 “신용평가기관이 선제적으로 등급을 하향하면 오히려 시세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 마켓메이킹(MM) 의혹이 일 수 있어 경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쟁글 관계자는 “위믹스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전반적인 온체인 지표가 하락한 것과 유의종목 지정에 따른 리스크 증가 두 가지 이유에 따라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사설 암호화폐 평가기관과 관련된 잡음이 계속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암호화폐 신용평가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쟁글이 위믹스의 온체인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지만 관리하는 종목이 많고 등급 조정이 의무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후 하향조정이)발생했다”며 “암호화폐 공시 요건이나 심사기관의 자격, 평가 주기 등이 명확해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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