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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 '진상' 만드는 진상조사단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디센터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의 데뷔전이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뜨거운 취재 열기 속 위메이드 본사를 찾은 조사단은 장현국 대표를 불러내 김남국 로비 의혹에 대한 진상을 추궁했다. 1시간 남짓한 질의 시간 동안 로비 수단으로 지목되는 에어드랍·프라이빗세일뿐 아니라 빗썸 거래소와의 관계, 위믹스 추가 유통 문제까지 캐물으며 대중에게 김 의원의 위믹스(WEMIX) 취득 경위에 대한 의구심을 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질의응답 내용을 듣다보면 속이 꽉 막힌다. 현장에선 ‘김 의원의 위믹스 취득을 알았냐’는 조사단의 질문과 ‘알지 못했다'는 장 대표의 답변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조사단의 질문 대부분이 온체인 데이터로 공개된 내용 외에는 가상자산 발행사 입장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을 수 없는 것들이어서다. 블록체인은 누구에게나 거래내역이 공개된 투명한 기술이자 탈중앙화 기술이다. 아무리 발행사라 하더라도 특정 개인이 에어드랍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고 온체인 바깥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거래 내역을 추적할 수 없다. 설사 위메이드가 모종의 경로로 김 의원에게 위믹스를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온체인 데이터상 기록이 남았을 테다.



이날 장 대표가 분기보고서에 기재된 위믹스 발행·유통 현황을 보이며 의혹 쟁점을 조목조목 반박하자 조사단에서 할 말이 없어진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질의응답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조사단은 ‘로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김성원 조사단장은 “분기보고서를 조사단이 파악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냐”며 “본질적인 문제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남은 질의응답 시간은 비공개로 전환했다. 위메이드 현장 방문 며칠 후 진행된 넷마블 마브렉스(MBX) 대표 질의응답은 애초에 비공개로 못박았다. 이날 20분간 진행될 것으로 예정됐던 위메이드 방문보고와 추가 의혹 제기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가상자산 투자 행위를 정치자금 로비 의혹과 엮으려고 하니 발행사에 ‘본질적인 내용을 달라’는 식의 억지 추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로비가 있었음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더이상의 의혹 제기는 가상자산 악마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에어드랍과 탈중앙화금융(DeFi) 유동성 공급, 프라이빗세일 등 가상자산 투자 유형을 그 자체만으로 로비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행위로 몰고가는 현 상황을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본다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 전세계 가상자산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이 자멸하고 있다며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어설픈 질의 내용에 업계 일각에선 조사단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방지한다며 대대적으로 출범한 디지털자산특위 위원들은 조사단 명단에서 행방불명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문가들이 정치와 엮여 괜한 공격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면서 조사단이 외부위원 영입에 난항을 겪었다"며 “'김남국 논란'에 대해 진짜 전문가들은 뒤로 숨어있고 협조가 잘 되는 몇몇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자조했다.

전문성 없는 조사단이 나서 의혹만 키우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의 조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 가상자산 업계의 입법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건 수사기관의 영역이다. 진상조사단 회의를 참관할수록 조사단이 조사해야만 하는 ‘진상'은 무엇인지 의문만 쌓인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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