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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리의 NFT 레이더] 루이비통이 거래 불가능한 NFT를 발행하는 이유



루이비통이 거래 불가능한 NFT인 소울바운드토큰(SBT, Soulbound Token)을 발행한다.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NFT 보상 기능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왔다. 이번에는 SBT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이번에 루이비통이 출시하는 NFT는 ‘비아(Via)’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비아는 라틴어로 도로라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는 타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엘리트 경로(Elite pathway)’로 안내해 최고급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한다. 이번에 NFT를 발행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획득하기 어렵고, 값비싼 NFT는 디지털 환경은 물론이고 실물 환경에서도 이 같은 경험의 핵심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지루한원숭이들의요트클럽(BAYC) NFT의 바닥가는 이날 기준 47.696ETH다. 최근 NFT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셈이다. BAYC NFT 커뮤니티는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BAYC 홀더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례를 접하며 루이비통은 NFT를 주축으로 한 커뮤니티의 힘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셔터스톡.


이번에 발행되는 NFT는 ‘트레저 트렁크(Treasure Trunks)’ 컬렉션이다. 하나 당 가격은 3만 9000유로(약 5428만 원)이다. 이 NFT를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출시되는 실물 루이비통 컬렉션에 대한 접근 권한이 주어지고, 이벤트 등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된다. 8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및 호주 고객들을 대상으로 등록이 진행된다. 등록을 마친 고객은 오는 16일 이 NFT 컬렉션을 구매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구매한 NFT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SBT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SBT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지난해 5월 제시한 개념이다. 한번 발행된 SBT는 해당 가상자산 지갑에 귀속돼 다른 지갑으로 이전할 수 없고, 거래도 할 수 없다. 부테린은 SBT 개념을 제시하면서 “경제적 교환 행위는 사람 간 관계를 기반으로 성립되지만 웹3.0에선 이러한 사회적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SBT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웹3.0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SBT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이비통이 SBT에 주목한 배경을 여기서 추측해 볼 수 있다. ‘한번 사면 누구에게도 되팔 수 없는 컬렉션’이란 측면에서 루이비통 NFT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 NFT를 샀다는 건 진입장벽이 높은 커뮤니티에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BAYC 홀더들이 NFT를 팔기보다는 보유하면서 커뮤니티가 주는 혜택을 지속해 누리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고가의 NFT를 보유한 홀더들은 이를 투자 수단보단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루이비통이 NFT를 SBT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진품 인증을 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루이비통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 이 모험이 성공한다면, 가격과는 별개로 NFT의 효용성이 입증된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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