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지주사 NXC의 코빗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NXC가 최근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해외 비트스탬프, 국내 코빗’으로 이원화됐던 NXC의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 변화가 감지된 탓이다. NXC는 코빗 매각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NXC는 보유하던 비트스탬프 지분을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에 매각했다. 로빈후드에 따르면 NXC의 비트스탬프 지분은 약 2억 달러(약 2733억 원)에 매각됐다. 인수는 내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NXC는 지난 2018년 벨기에 소재 투자 전문 자회사 NXMH를 통해 100% 자회사 ‘비트스탬프 홀딩스’를 설립하고 비트스탬프 지분 80%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비트스탬프 기업가치는 6000만 달러(약 81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NXC는 이후 해외 비트스탬프, 국내 코빗의 이원화 전략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지만 두 곳 모두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NXC의 비트스탬프 매각 소식에 코빗의 지분 또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NXC의 코빗 매각설은 비트스탬프 매각 이전인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코빗이 NXC 인수 이후 수 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 NXC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코빗의 저조한 실적에 NXC는 지난 2022년에도 코빗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SK스퀘어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현재 코빗 지분 약 3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NXC와 마찬가지로 코빗 인수 대상자를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NXC는 코빗 매각 가능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NXC 관계자는 “(NXC는) 기본적으로 시장 루머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고 있다”며 “코빗 매각설이 처음 나왔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코빗의 경우 NXC의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직원들이 연이은 매각설에 불안에 시달리자 오세진 대표가 직접 나서 ‘피투자사 대표가 모르는 매각은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빗 관계자는 “비트스탬프 매각 소식 이후에도 사내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NXC의 코빗 매각 추진이 사실이더라도 현 시점에서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업비트·빗썸의 2강 체제가 강화되며 시장 4위 코빗의 점유율은 한 자리 수 미만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 희망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 국내 첫 가상자산 단독 법안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9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 리스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빗의 지분가치가 바닥을 쳤지만 NXC는 매각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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