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뒤흔들린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 ‘오픈 런’이 발생했다. 케이뱅크가 이달부터 가계대출 일일 관리에 들어간 데다 증시와 가상자산 폭락에 추가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접수가 오전부터 마감되면서 거래 고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여파로 증시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나 저점 매수에 나서려 했지만 일찌감치 대출 창구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를 하려면 별도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가능한 신용거래를 할 수 없고 해외 거래소처럼 선물거래 등도 불가능해서다. 대출을 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 해외 거래소로 출금해 선물거래 등을 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해외 이전 가상자산 총액은 54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자들이 케이뱅크에 대거 몰리면서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대출 접수가 마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대출 과정이 편리한 인터넷은행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케이뱅크는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제휴은행이라는 점에서 업비트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고객 중 일부는 업비트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를 할 수단이 딱히 없어 은행 대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업비트 이용자들은 제휴은행인 케이뱅크에서 대출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업비트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대출 금액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시 폭락에 주식시장 투자자가 몰린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와 미국 주식시장이 모두 폭락하면서 저점 매수를 하려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대출 창구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신용대출 공급량 조절에 들어간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담보대출 공급량 제한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신용대출도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이달부터 하루 단위로 신용대출 공급량에 한도를 두기 시작했다”며 “고신용자 대상 상품은 오전,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은 오후에 마감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출 중단이 일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대출 수요가 몰리는 듯한데 대출 중단이 일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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