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웹3 컨퍼런스 ‘토큰2049(TOKEN2049)’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만 5000명 이상이 참석했고, 4000개가 넘는 웹3 기업과 200여 명의 연사들이 참가했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산업 전망, 정책 변화, 실사용 사례를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이목을 끈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의 연설이었다. 그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망가졌고, 느리며 비싸다”며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릭 트럼프가 부사장으로 있는 트럼프 재단은 가상자산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상징적 인물로 창펑 자오 바이낸스 설립자도 참석했다.
가상자산 가격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이어졌다. 웹3 벤처캐피털(VC) 마엘스트롬 창립자 아서헤이즈는 “2022년 비트코인(BTC)이 저점을 찍고 상승했을 때와 유사한 기회가 다가왔다”면서 “2028년에는 BTC가 10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현장 분위기는 두바이의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시장이 고점 대비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기업 부스와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한 참석자는 “미국 대선을 전후한 투기적 과열은 일단락됐지만, 실제 산업에서는 꾸준히 사용 사례가 쌓이고 있어 장기적 전망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큰2049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사용 사례(Use case)’였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어떤 수익 구조로 작동하는지가 화두였다. 기존에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이 비판받았던 주요 지점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이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프로젝트들이 실질적으로 창출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토큰2049 본행사 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가 두바이 전역에서 열렸다. 모닝스타 벤처스가 주최한 서밋 행사에는 해시드, 애니모카 브랜즈, 프레스토 등 주요 투자사와 월드 오브 디피안즈(World of Dypians), 더 레디버스(The Readyverse), 도플러 파이낸스(Doppler Finance) 등 12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과 비전을 공유했다.
정책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참석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각국 규제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투자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차원의 가상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도 기존 기업들이 웹3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면 명확한 규제가 필수이기에, 정부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미국 금리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관세 정책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경써야 할 변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토큰2049가 열린 두바이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다. 두바이 특수 금융 지구인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서는 독립 금융규제기관(DFSA)이 자산 토큰화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리플, 크립토닷컴 등이 이곳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두바이는 연매출 37만 5000디르함(약 1억 4099만 원) 미만인 기업에 법인세를 면제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은 웹3 업계에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바이는 규제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몰디브의 12조 원 규모 블록체인 허브 조성사업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17층 규모의 자체 크립토 타워 건설도 추진 중이다. 두바이가 글로벌 웹3 생태계에서 미국 중심의 리더십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기고문은 카탈라이즈 리서치의 두바이 토큰2049 참관기 시리즈입니다. 카탈라이즈 리서치는 웹3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고투마켓(GTM) 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두바이=신지민 카탈라이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