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신용카드 대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지금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래확정까지 이론상 1시간에서 현실적으로 수일이 걸릴 수도 있는데다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사는데 수수료만 5만원을 낼 수도 있는 구조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기술적 시도 가운데 한 기술이 세상에 정식 공개됐다.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라이트닝 랩스는 1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거래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완화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데몬’(LND) 베타 버전을 정식 출시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이 여러 거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없는 이른바 ‘확장성’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이번에 라이트닝 랩스가 베타버전을 내면서 그동안 실험 단계에서 있던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을 정식으로 실생활에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거래가 일어나면 이를 모았다가 블록에 담으면서 거래가 확정된다. 블록 생성 속도가 10분에 1개인데, 그나마 이론상 나의 거래가 포함된 블록 이후 6개의 블록이 더 만들어져야 되돌릴 수 없는 거래로 확정된다. 거래가 일어난 후 곧장 블록에 포함되더라도 완전히 안심하기 위해서는 매장 계산대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블록 하나의 크기가 1MB에 불과해 1초당 7~9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어 거래 수가 늘어날수록 거래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한 때는 일주일까지 걸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수수료를 많이 낸 거래부터 우선 처리하는 점도 문제다. 실제 이용자들이 거래 한 건 당 지불하는 가격은 50달러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실생활에서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수수료로 5만원 넘게 써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수백, 수천 건 이상의 거래를 별도의 채널에서 처리한 후 그 결과만을 단 한 번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거래 속도와 수수료를 절감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이용자는 상호 동의 아래 양방향 결제 채널을 신설한다. 이용자는 결제 채널이 열려 있는 한 별도의 횟수나 시간 제한 없이 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 모든 거래가 종료되면 채널을 폐쇄한 뒤 최종 정산 결과 한 건만 블록체인에 기록하기 때문에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 거래 시간과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엘리자베스 스타크 라이트닝 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 처리 속도는 현재 1초당 수천 건 수준이다. 1초에 최대 5만6,0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비자 카드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스타크 CEO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대량 결제와 적은 수수료의 소액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며 “온라인 사업자와 같은 상인들이 유력한 주요 사용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지난해 1월 테스트 버전이 출시된 이후 4,000개 이상의 결제 채널이 개설돼 실제 사업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스는 블록앤제리스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판매점을 운영하며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라이트닝 랩스는 이날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베타버전 출시와 함께 잭 도시 트위터 CEO와 찰리 리 라이트코인 창시자 등으로부터 250만 달러(26억6,550만 원)를 투자 받은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라이트닝 랩스 측은 투자금을 발판으로 베타 버전 출시 이후 보안을 강화하고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데스크탑 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만드는 등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처럼 서로 다른 블록체인끼리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크로스 체인 아토믹 스왑 기술도 더욱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황보수현 인턴기자 soohyeonhb@decenter.kr
- 황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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