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권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2일 금감원은 ‘해외 증권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컨소시엄 및 스타트업 등 협업해 블록체인 기술을 자본시장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거래에 블록체인이 접목 속도가 신속히 이뤄질지 관심이다.
금감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해외 거래소들이 블록체인을 어떻게 도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나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증권거래소는 발행, 매매, 청산, 결제, 권리관리 등 증권거래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해외 거래소 등은 운영비용 절감, 거래기록의 신뢰향상 등을 목표로 증권 거래시스템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해외 증권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유형과 자본시장 금융 인프라에 대한 기술활용 범위 등을 조사·분석해 국내 자본시장에 적용 시 고려할 사항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미국 나스닥(NASDAQ)은 2015년 10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비상장 주식 발행, 주식 소유권 이전 등을 처리하는 ‘나스닥 링크’를 출범시켰다. 호주증권거래소(ASX)는 현재 상장증권의 청산업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기존 증권 청산·결제 시스템(CHESS)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시스템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 도입 시 증권거래소와 예탁결제회사, 증권사 등이 개별 시스템 내에서 증권 거래를 위한 정보를 보유하고 교환하는데 드는 비효율적인 면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을 향한 정부의 이번 기조는 예상됐던 바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시작된 거래 실명제가 오히려 애꿎은 투자자와 거래소를 벼랑 끝으로 내몰자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5일 정무위원회 보고를 통해 암호화폐 관련 발의안들이 “시의적절한 입법안이지만 투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금감원은 지난 1일 통합금융감독기구회의를 열어 암호화폐와 핀테크에 대한 감독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금감위는 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감위는 “해외 증권거래소들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추진하면서 하이퍼레저 등 블록체인 글로벌 컨소시엄과 적극 협업 중인 꼴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이 개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6년 장외시장 스타트업 주식 거래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계획을 밝혔다. 블록체인을 통해 투자자가 스타트업이 발행한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내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 시범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개별적인 움직임이 커 협업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증권 청산, 결제 업무가 분리되어 있는 까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프로젝트 추진 외에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컨소시엄 구성 등이 필요하다”며 “여러 증권거래분야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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