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포렉스가 세계 유수의 거래소보다 2배 넘는 거래량을 보이며 세계 거래소 시장의 1위로 올라섰다. 거래소 자체 토큰의 발행과 더불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전략을 통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트포렉스의 거래량에 거래대금을 조작하는 행위가 있었거나 거래소 측이 거래량 자체를 속인게 아니냐는 불신이 빗발친다.
20일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중국계 거래소 비트포렉스(BitForex)는 이날 24시간 거래량 49억7,255만5,905달러(한화 약 5조5,698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비트포렉스의 이같은 거래량은 2위 비트맥스(BITMAX)가 기록한 23억6,379만543달러의 두 배 이상, 3위 후오비 거래량 10억1,523만4,580달러의 약 5배 이상 많은 거래량이다. 같은 날 코인힐스에도 비트포렉스는 77만9,696.53 BTC(한화 약 5조7,100억5,100만원)의 거래기록을 보이며 1위에 올랐다. 비트포렉스는 현재 84종의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는 중국계 거래소다.
다만 비트포렉스의 이같은 거래 실적에 업계에서는 찬사보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위기다. 설립된 지 반년이 지나서야 순위가 급등하면서 거래량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소 비교 사이트인 크립토익스체인지랭크(Crypto Exchange Ranks, CER)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거래대금을 조작하는 거래소가 있다고 보고하면서 비트포렉스를 지목했다. 보고서는 당시 지난달 17일 기준 비트포렉스는 하루 거래량이 200만 달러를 돌파해 거래소 순위가 하루만에 70계단 급상승했다.
특히 비트포렉스의 이용자 유입을 고려하면 5조원 이상의 거래량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CE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비트포렉스의 월 평균 특정 방문자는 2만9,000명으로 크라켄이 66만명, 쿠코인이 88만명과 비교해 각각 20분의 1, 3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비트포렉스의 사이트를 방문한 이용자수는 다른 2곳 거래소와 비교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거래액의 경우 크라켄의 2.3배, 쿠코인의 7.7배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CER은 당시 비트포렉스의 하루 평균 거래액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코인마켓캡에 집계된 거래소 순위에서도 기준에 따라 격차가 갈렸다. 코인마켓캡은 거래소 순위 집계를 집계할 때 API를 이용해 거래소로부터 바로 정보를 받아오는 리포트볼륨(Reported Volum)과 자체적으로 순위를 가르는 어드저스트먼트볼륨(AdjustmentVolum)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수수료 및 트랜잭션 마이닝이 없는 시장을 제외한 현물거래를 지원하는 시장만을 집계한다. 같은 날 이 순위에서 비트포렉스는 24시간 거래량이 865만3,858달러(약 98억원)로 60위에 그쳤다. 거래소가 밝힌 24시간 거래량의 49억7,255만5,905달러와 액수로 약 5조원 가량이 못미치는 수치다.
업계에서도 비트포렉스의 엄청난 거래량에 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샤 이바노아 웨이브 최고경영자(CEO)는 CER의 자료를 인용하며 “거래소는 대부분 마케팅 목적을 위해 거래량을 팽창시키려고 한다”며 “거래 기준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수치에 의존해 거래량을 집계하고 있어 허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가 제공하는 볼륨량(거래량) 자체는 정확한 수치로 제공되기 때문에 중간에서 어떤 과정이 섞여 있는지는 끝단에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인마켓캡의 경우 마이닝형 거래소들은 집계 순위에서 제외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수치가 되려 정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설립된 비트포렉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세이셸군도 에스토니아, 홍콩, 말레이사아, 필리핀 등에 독립 사무소를 운영한다.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기술·법률·전략 어드바이저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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