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나, 아직 대중에게 블록체인은 낯설기만 하다. 흔히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기반 기술로 인식돼있으며, 블록체인의 핵심이나 개념은 얼핏 들어본 적만 있거나 아예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성을 높이고,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해답은 ‘킬러앱(Killer App)’에 있다.
우선 킬러앱이란 무엇인가? 킬러앱이란,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재편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얘기한다. 즉 어플리케이션의 가치와 인기가 방대해 그 앱의 기반 기술이 성공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처음 등장한 킬러앱으로 ‘비지캘크(VisiCalc)’이 있다. 비지캘크는 1979년에 등장, 기존에 수동으로 작성하던 재무 스프레드시트를 대체했다. 이로 인해 업무 시간이 현저하게 단축되고, 오류가 크게 감소해 금융업계에서 각광 받았다. 비지캘크는 애플II에서만 작동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이는 애플의 판매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애플의 성공에 큰 공헌을 했다. 결국 비지캘크를 쓰기 위해 애플 컴퓨터를 구매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따라 IT 산업에서 킬러앱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 디앱(dApp)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다. 몇몇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기존 금융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사실상 킬러앱이 아닌가 라고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를 킬러 디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 및 거래 속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교환거래의 용도보다는 자산의 성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다수다. 설령 비트코인으로 교환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거래는 여전히 은행을 통해야만 할 수 있다. 가격 안정성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격 불안정성으로 인해 비트코인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거래가 진행된 시간의 환율에 맞춰 은행이 그 코인을 바로 현금으로 변환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0.1BTC에 판매된 커피가 2시간 후에 가격이 폭락한 경우 판매자는 꼼짝없이 그 손해를 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거래 중간자인 은행을 대체하지 못했으며 디지털화된 법정통화의 사용성을 능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킬러 디앱으로 보기는 어렵다.
블록체인 디앱 시장이 블루오션임에도 불구하고 왜 디앱이 활발하게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는 블록체인의 검열 저항성 때문이다. 블록체인에서는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는다. 중간자가 없어도 사용자들이 네트워크를 신뢰하려면 정보의 조작이 불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검열 저항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정보 조작을 예방할 수는 있으나, 기술적 업그레이드나 오류를 발견해 수정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변경이 어렵다. 또 비즈니스 로직의 유연성이 사라져, 유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스마트폰 게임 앱 사용을 살펴보자. 스마트폰으로 게임 앱을 사용하는 경우 유저들이 사용하다가 에러를 발견하면 그에 관해 평점을 메기고,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개발자들은 버그를 수정하고, 유저들은 수정된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하며 후에 오류나 개선점이 발견된 경우 같은 과정을 거쳐 끊임없이 개선한다. 유저, 즉 고객이 원하는 대로 비즈니스 로직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경우, 특히 공개형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앱을 만들었을 때 위와 같은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더리움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성된 디앱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약 2,800만 달러를 펀딩 받으며 순조롭게 시작했다. ‘크립토키티’는 몇 년 전 화제가 된 포켓몬고와 비슷한 게임으로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다른 고양이와 교배를 통해 새로운 고양이를 번식하는 게임이다. 지난해 11월에 런칭한 이후, 일일 사용자의 수가 1만4,000명을 돌파하고, 고양이 캐릭터가 1억7,4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할수록 유저들은 모든 과정에 수수료가 붙어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경우 매 거래 마다 사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모든 행동마다 이더를 지불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유저들이 부담을 느꼈다. 웹에서 창을 열고닫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크립토키티가 스마트 콘트랙트 바탕이며, 하드 코딩된 부분은 수정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검열 저항성으로 인해 비즈니스 로직이 잘못됨을 알았어도 근본적인 수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반 년 만에 크립토키티의 고양이 거래 건수는 98.4% 감소하며 킬러 디앱과 멀어졌다.
이와 같이 디앱을 현재 어플리케이션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사용성이 떨어져 디앱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반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은 더 활발히 지속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은 즐비하나 막상 그 안에 사용할 만한 앱이 별로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단계의 블록체인에서 디앱 활성화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의 보편성을 위해서는 디앱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분야의 디앱이 블록체인 상용화의 포문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도입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분야가 블록체인 대중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러 예측이 있다. 이에 대해 게임 산업이 블록체인 상용화의 열쇠가 될 것이라 보는 시선이 있다. 앞서 봤던 크립토키티의 사례를 보면 모순을 느낄 수 있으나, 게임 플랫폼은 다른 분야와 달리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블록체인은 대중이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지갑 생성 및 사용에 있어서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복잡해 결국 또 다른 중간자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게임의 경우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기존 어플리케이션과 다름이 없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익숙하며,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분야다. 즉 사용자의 지각된 사용용이성(Ease-of-Use)이 높아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블록체인이 메인 스트림 기술로 성장해 활용되기 위해서는 대중적으로 블록체인을 수용해야만 한다. 그를 위한 킬러 디앱은 무엇일까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나 게임의 역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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