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카드 결제 활성화가 가능했던 데에는 벤(VAN·Value Added Network)사의 역할이 컸습니다. 카드사가 카드 단말기를 일일이 판매하고 관리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현금 없는 사회’는 불가능했겠지요. 비트코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 결제시대가 머지 않은 가운데 비트코인 트랜잭션 관리자 역할을 저희가 맡고자 합니다.”
이은철 비트퓨리 한국 지사장은 지난 20일 디센터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비트코인의 미래를 보고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퓨리는 비트코인 채굴사업체로 통하지만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인프라 제공 업체로, 채굴기 사업 뿐 아니라 최첨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비트코인 고객이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트코인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지사장은 비트퓨리 합류 전 약 18년 간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주로 컴퓨터 기술 회사에서 일한 그는 윈드리버시스템 등 여러 실리콘밸리 기업을 거쳤고, 실리콘밸리테크와 인텔라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통신장비에서 빅데이터 시스템까지 다뤄본 엔지니어다다. 비트퓨리가 최우선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는 해쉬칩 및 장비 개발에 최적화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비트퓨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경력도 경력이지만 비트퓨리는 단순하게 비트코인 채굴 장비를 파는 업체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며 “비트퓨리는 ‘채굴 사업체’이기 보단 ‘데이터센터(Data center)’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안전한 블록체인으로 남으려면 거래 트랜잭션 외에도 앵커링(Anchoring·내부 블록체인 플랫폼 데이터를 외부 플랫폼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들어오는 해시코드(Hash Code·해시 함수의 출력 비트 문자열) 등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며 “데이터 저장소, 데이터 센터로 표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트퓨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총 세 가지다. 다양한 용도의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엑소넘(exonum)은 누구나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닝 피치(Lightening Peach)는 ‘결제’ 관련 프로토콜로, 암호화폐 사용자들이 낮은 수수료로 빠르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퓨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블록체인에서 미심쩍은 거래를 탐지하고 분석해 데이터로 축적하는 보안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Crystal)’이다. 크리스탈을 이용하면 탈취된 비트코인이나 월렛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디로 들어가 있는지 분석할 수도 있다. 이 지사장은 “크리스탈은 사실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들여오기 위한 툴”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비트코인을 향한 애정은 이 지사장이 비트퓨리에 합류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재작년 말 비트코인 백서를 보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며 “사람이 아닌 시스템적 신뢰를 형성해 낸 첫 번째 블록체인 기술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데이터베이스(DB)가 똑같이 복사된다는 것은 획기적이며 혁신적”이라며 “그간 엔지니어들이 실수를 할까봐 조마조마해하던 분야인데, 비트코인 덕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트랜젝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서로 보완작용을 하게끔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결제 수단으로써 비트코인이 갖는 약점에 대해서 그는 “비트코인은 오프체인 사이드체인이 활용 되지 않으면 결제 가능한 수단으로 만들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기술적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10분당 1개의 블록을 생성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트랜잭션을 넣어도 10분 이상이 걸린다”며 “그래서 다른 방법의 결제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와 리퀴드(liquid) 등의 오프체인 및 사이드 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마치 벤사가 했던 결제 시스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그는 “오프체인 및 사이드체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며 “향후 비트코인 기반의 수 많은 트랜잭션을 관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이 내다본 비트퓨리의 미래는 ‘비트코인 트랜잭션(transaction) 관리’에 있다. 그는 “2032년이 되면 약 99%의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트랜잭션 당 수수료 또한 현재(20~30달러 수준)보다 대폭 늘어나 수천에서 수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닝네트워크의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는 웹서비스 ‘1ML’에 따르면 라이트닝 노드는 현재 4,633개 가 운용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12.5% 가 늘어난 수치다. 그는 “1년이 지나면 수만 또는 수십만 노드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에게는 1% 이하의 수수료로 결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고, 라이트닝 노드 사업자가 흑자를 내는 환경에서 노드 수와 메인 체인 수수료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채굴 사업의 관계에 대해 이 지사장은 ‘정화의 시기’라는 표현을 썼다.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채굴기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시장에 난립해 있는 사업체가 걸러지는 계기가 된다는 것. 다만 지나친 규제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ICO(암호화폐공개)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ICO를 허용해야 한다. ICO로 발행되는 코인은 분산된 신뢰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람만이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등한 이익이 돌아가는 솔루션이 돼야 한다는 것.
‘언제쯤 누구나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개인의 모바일 기기에 비트코인 월렛이 기본 설정으로 들어가 있는 시기”라고 답했다. 그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으려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을 공략하는 것이 맞다”며 “어려워서도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후년 께 일반인들도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 yjk@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