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가 유명해진 건 투기 열풍 때문이다. 한 번 붙은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국내 비트코인(BTC)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낮은 ‘역(逆) 김치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만,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투기 혹은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직은 암호화폐의 실용성이나 미래자산으로서의 가치보다 가격 상승 여부가 주목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치가 일정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에게 우리나라 시장이 녹록하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은 한국 시장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의 기틀이 형성돼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이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사용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하락장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인 점도 이에 힘을 더한다.
메이커다오의 첫 단추는 ‘릴레이 협업’이다. 메이커다오는 지난 9일 한국의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릴레이로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가 다이를 활용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인 파운데이션X,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암호화폐 지급결제 서비스 코인덕, 암호화폐 지갑 토큰뱅크 등 각 분야의 유명 프로젝트들이 협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내 프로젝트 반타(Vanta)는 ICO(암호화폐공개) 투자금을 다이로 받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내 결제 등 안정된 가격의 암호화폐가 필요한 서비스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실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용처를 확보해나가는 게 다이의 목표다. 남 대표는 “현재 디앱 거래 등 전 세계 블록체인 상거래에 쓰이는 스테이블코인 중에선 다이의 비중이 가장 높다”며 “국내서도 다이의 사용처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라의 티몬 연동은 오는 2분기로 예정돼있다. 권현지 테라 매니저는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는 상황”이라며 “티몬에서 테라를 쓸 수 있게 되면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사례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가격 상승 여부를 기준으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가격이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될 때 비로소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국내 시장을 향한 테라의 목표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를 알리는 것이다. 권 매니저는 “‘가격도 오르지 않는데,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들지 않도록 실생활에 사용되는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블록체인계 유명인사들은 이 같은 테라의 계획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이클 애링턴 테크크런치 창립자는 지난 7일 트위터에 테라의 티몬 연동 소식을 공유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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