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웃도어브랜드 ‘노스페이스(Northface)’ 애플리케이션엔 쇼핑 도우미가 있다. 고객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동향을 분석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상품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이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일찌감치 IBM의 AI ‘왓슨’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했다.
이후 왓슨은 AI 마케팅 분야의 대표주자가 됐다. 왓슨을 활용한 IBM의 마케팅 솔루션은 여러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를 파악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활발히 쓰이고 있다. 전세계 270여개 기업 사용자가 모인 ‘왓슨 마케팅 커뮤니티’까지 구축된 상태다. 그렇다면 IBM 다른 외 기업들은 ‘AI 마케팅’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 AI 마케팅 솔루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Oracle)이다. 오라클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오라클 ERP(전사적자원관리) 클라우드와 EPM(기업성과관리) 클라우드 내에서도 AI 기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오라클 클라우드를 쓰는 기업들은 재무 관리, 공급망 관리 등 분야에서도 AI를 이용해 영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오라클은 지난해 데이터 분석기업 데이터폭스(Datafox)를 인수하고, 기업들에게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클라우드에 담긴 데이터는 머신러닝 기반 마케팅 솔루션에서 쓰인다. 오라클은 “사용자들은 AI 솔루션을 가동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제공 받는다”며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반복적인 수동 작업을 없애면 더 나은 사업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도 비슷한 솔루션을 내놨다.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는 사용자 경험(UX), 파트너 기업 데이터 등 B2C, B2B 마케팅에 필요한 자료를 머신러닝 기반으로 분석한다. 어도비 측은 AI 솔루션을 소개하는 글에서 “인공지능이 고객과 소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편견”이라며 “고객이 다음에 무엇을 원할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사례가 있다. 빅데이터·AI 기업 나무플래닛은 자체 머신러닝 솔루션으로 분석한 의료 데이터를 보험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마케팅에 기초가 될 데이터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보한다. 앱 사용자들로부터 처방전, 약 구매 패턴, 약 복용 형태, 복용 주기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머신러닝 기반으로 분석한다. 이후 의료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는 보험사들에게 분석한 데이터를 판매한다. 이종욱 나무플래닛 상무는 “보험사들은 고객이 직접 밝히지 않은 약 복용 사실까지 파악해야 보험료 산정과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AI로 분석한 의료 데이터는 보험사 마케팅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AI 데이터 가공·판매 사업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발표한 ‘데이터·AI경제 활성화 계획’에서 정부는 “앞으로는 데이터와 AI 간 시너지가 중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혁신 서비스 창출을 위해 데이터 구매 및 가공 비용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가공할 시 발생할 수 있는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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