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로 ABT(Asset Backed Token)가 적합하다고 판단
시큐리티 토큰 가능성 여부 시험 중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
올해 안에 클레이튼 상에 예술품 거래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예정
블록체인을 활용해야만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ABT(Asset Backed Token)다. ABT는 기존 자산을 토큰화하는 걸 의미한다. 자산에는 금융상품, 부동산, 예술품 등이 포함된다. 토큰화를 진행하면 이러한 값비싼 자산에 소액 투자가 가능해진다. 고액 거래 위주로 이뤄졌던 투자 영역에 소액 투자자도 손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사용자가 증가하고, 다양한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ABT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ABT가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H-Chain’과 별도로 ABT(Asset Backed Token)에 특화된 신규 플랫폼 만든다
정해진 한화시스템 디지털 랩(Lab)장은 서울 중구 한화 본사에서 진행된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H-Chain’을 개발했다. 올해는 제이피모건(J.P. Morgan)의 쿼럼(Quorum)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 처리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와 별도로 구축 중인 플랫폼이 ‘ABT 플랫폼’이다. 정 랩장은 ABT 플랫폼이 “자산을 토큰화하고 거래하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규제 때문에 실현이 어렵지만 ABT 관점에서 시큐리티 토큰(Security Token)의 가능성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규제가 완화될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술품 거래 데이터 플랫폼 구축…향후 ABT 플랫폼으로 발전 기대
한화시스템은 ‘예술품 거래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 경매사 ‘서울옥션’의 IT 관계사인 블루인덱스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블루인덱스는 예술품 정보 서비스 전문업체다. 경매 전문가 등이 플랫폼에 예술품 정보를 등록하고 검증한다. 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전문가는 활동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소수가 독점하던 예술품 정보를 일반 대중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해진 랩장은 이 플랫폼이 “ABT의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예술품을 바로 토큰화해 거래하기 이전에 예술품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궁극에는 실제 ABT 거래까지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플랫폼은 지난 4월 경매 전문가를 대상으로 1차 구축을 완료했다. 9월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 랩장은 “올해 안에는 (이 플랫폼을) ‘클레이튼(Klaytn)’에 올려 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 합류
한화시스템은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에 2차로 참여한다.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의 노드가 된다. 또 클레이튼의 기술, 사업 등과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을 담당한다. 클레이튼의 합의 노드(Consensus Node) 운영도 맡는다. 여기에 합류하기로 한 이유를 묻자 정해진 랩장은 “(카카오의) 사용자 층이 두텁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규제가 풀리고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 카카오의 수많은 사용자가 갖는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클레이튼의) 의사 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기에 IT 기업으로서도 관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거버넌스 카운슬에 포함된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다국적 기업과 교류하며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를 접하고, 실전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올 하반기 클레이튼 생태계에 참여한 다른 기업과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 랩장은 또 “한화시스템이 구축 중이거나 계획 중인 앱(App) 등의 클레이튼 상 서비스 전략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시범 계획 준비 중
한화시스템은 블록체인 기반 송금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정해진 랩장은 “전 세계적으로, 또 동남아시아 시장 흐름을 봤을 때 국경을 넘어 송금하거나 정산하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며 한화시스템도 “송금(Remittance) 사업에 대한 시범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