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두 암호화폐 거래소 동시에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를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미디움(Medium)이다. 미디움은 지난달 22일 거래소 프로비트와 디코인에서 동시에 IEO를 진행했으며 토큰 세일이 조기 종료되는 성과를 거뒀다. 미디움은 프로비트에서 70만 미디움 코인(MDM)을, 디코인에서 30만 미디움 코인(MDM)을 판매했다. 판매 가격은 원화로 500원, 테더(USDT)로 0.42 USDT다. MDM은 지난달 28일 두 거래소에 공식 상장됐다.
미디움이 개발한 하드웨어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한 하드웨어 정보처리 장치 BPU(Blockchain Processing Unit)다. 일반 컴퓨터의 CPU가 아닌, 블록체인 컴퓨팅 전용 하드웨어를 통해 블록체인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BPU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동작들을 모듈화했다. 미디움 측은 모듈화 설계 방식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생했던 병목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움이 강조하는 것은 BPU 활용을 통해 빨라진 거래 처리속도다. 미디움은 지난 8월 발표한 테스트넷에서 이미 10만 TPS(초당 거래량)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디움 측은 “거래 처리속도가 이더리움보다 3만 배, 이오스보다 250배 빠르다”고 주장했다. 메인넷 출시 예정 시기인 오는 2020년 3분기에는 100만 TPS를 구현하는 게 미디움의 목표다.
미디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들은 플랫폼 사용을 위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사용료를 비롯한 미디움 플랫폼상 거래 수수료 등은 모두 미디움 코인(MDM)으로 지불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에서 블록체인의 ‘세대’를 나누는 획일화된 기준은 없다. 흔히 블록체인 개념을 세계에 알린 비트코인을 1세대, 블록체인을 최초로 프로그래밍한 이더리움을 2세대로 부르기는 하지만, 3세대부터는 그 기준이 모호하다. 이더리움보다 처리속도나 확장성을 개선한 프로젝트라면 모두 3세대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4세대 블록체인의 기준은 더욱 모호하다. 4세대로 부를 만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출시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4세대 블록체인’이라는 슬로건만으로 미디움의 전망을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또 메인넷 출시까지 시간이 1년여 남았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테스트넷으로 기대를 모았던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정작 메인넷 출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들을 끌어들이며 생태계를 확장하기 때문에, 미디움이 메인넷 출시 이후 서비스들을 모으는 것도 관건이다.
다만 블록체인 전용 하드웨어를 만든 점은 그동안 시장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사례이므로 눈여겨 볼만 하다. 미디움 측 주장대로 100만 TPS가 구현된다면 게임 등 거래 처리속도가 중요한 디앱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 미디움 측은 생태계 확장을 위해 미디움 클라이언트, 미디움 클라우드 블록체인 서비스 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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