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빗의 일일 거래량은 상당하다. 24일(9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일일 코인빗의 거래규모는 2억 7,770만 달러(약 3,440억 원)에 달한다. 순위로는 54위다. 미국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이 55위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는 각각 57위와 64위를 기록했다. 거래량만 봤을 땐 국내 1위지만, 2019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외부 감사 없는 재무제표, 고객과 회사 자산 간 경계 모호
코인빗을 운영하는 법인은 엑시아다. 지난 10일 공개된 엑시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예다움공인회계사감사반)은 ‘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감사인은 “2019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재무제표 및 주석의 일부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이러한 감사범위의 제한 때문에 회계감사 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통상적으로 감사인이 의견 거절을 표명하는 이유는 △감사 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를 받지 못해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사항이 발견됐을 때 △감사를 수행함에 있어 독립성이 결여됐을 때 등이다.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서는 '의견 거절'을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해 두기도 했다.
엑시아의 2018년 재무제표 역시 감사를 받지 않은 자료다. 즉, 지난 4월 10일 공개된 엑시아의 2019년 감사보고서는 회사의 주장이며, 제삼자의 감사를 거치지 않은 자료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9년 엑시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0억 6,139만 원이다. 예수금은 105억 원이다. 예수금은 거래와 관련하여 임시로 보관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이 중 고객 예치금이 얼마인지는 감사보고서에 드러나 있지 않다. 디센터는 엑시아에 보유 자산 중 고객 예치분이 얼마인지 문의했지만 "고객 관련 자료는 개인정보와 연관이 있을 수 있어 제공하기 어렵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엑시아 "감사인이 전체 고객으로부터 피드백 받을 것 요구해…시간 부족했다"
감사보고서에 대한 암호화폐 거래소 회원의 문의가 이어지자 엑시아는 4월 16일 코인빗 공지를 통해 의견 거절이 나온 사유와 회사 자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회원 수 급증, 내부 인력 확충 등 여러 이유로 초도 회계감사 계약 시점이 늦어짐
- 회계감사사무소가 전체 회원에 대한 거래내역, 입출금 내역 등을 요청
- 회원에게 자료를 요청해야 하나 자료 양이 방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 회계감사사무소가 2020년 회계감사 때 다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해 그렇게 하기로 함
엑시아가 전반감사계획(감사착수단계)을 진행한 때는 2019년 10월 24일이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영회사인 빗썸코리아와 두나무는 각각 지난해 7월 11일과 5월 21일 감사착수단계에 돌입했다. 또 이 두 회사는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 금융자산실사를 진행했고, 감사인은 입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대상은 암호화폐(가상자산)이었다. 하지만 엑시아의 감사보고서엔 금융자산실사 진행 사항이 공란으로 되어 있다. 엑시아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보다 늦은 시점에 감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엑시아는 감사인으로부터 전체 회원에게 거래 및 입출금 내역 확인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지만,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회계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전체 회원에게 역으로 거래 내역을 요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감사 방식의 문제로 인해 다른 방법으로 감사를 진행하거나 감사인 계약을 변경할 수 없는지 등을 알아보았지만, 회계감사 기간이 촉박해 조정이 불가능했다는 게 엑시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엑시아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 중인 전체 거래 내역을 모두 제출했지만, 감사인 측에서 회사 보유 자료가 실제 고객의 자산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회계 감사를 위한 거래내역 복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시스템을 구축해 감사를 진행하려 했다"며 "그러나 감사인 측이 시스템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으니 회원들을 상대로 피드백을 받아 검증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회계 감사를 하면서 거래소에 모든 입출금 내역을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거래 내역, 회계 처리 부분에서 문제 소지가 발견되면 랜덤 샘플링을 통해 확인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모든 거래를 일일히 확인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우니, 전산 감사를 진행하고 이상 내역에 대해서만 샘플링을 통해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전산 감사는 거래 내역이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는 "입출금 및 거래 내역은 거래소 전산에 남아 있기 마련"이라며 "회원들로부터 부가적인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그 자료를 갖추지 못해 감사를 받지 못했을 수는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만약 감사인이 문제 소지를 발견해 이 거래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더라도, 거래소가 가진 정보만으로도 소명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원화 입출금의 경우 은행 기록이 남아 있어 더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엑시아가 발행한 'IO' 상장한 코인빗…무리수 이벤트 논란도
코인빗이 최근 진행한 에어드롭 이벤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무리한 이벤트가 아니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일 코인빗은 암호화폐 이오(IO) 상장을 기념해 회원 6,000명에게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IO는 엠디에프(MDF) 재단과 코인빗 운영사인 엑시아가 공동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이벤트에는 신규 회원도 참여 가능했다. 당초 코인빗은 구글폼을 이용해 에어드롭 신청을 받으려 했으나, 서버 트래픽 초과가 발생했다. 이에 네이버폼으로 형식을 바꿔 신청을 받았다.
IO의 상장가는 100원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가격이 상승하면서 21일 오후 2시에는 40만 원을, 22일 오전 9시에는 50만 원을 돌파했다. 최고가로는 77만 원을 기록했다. 최저가 대비 7,770배 가격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회원을 늘리고, 거래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가격 조작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IO는 하나의 기기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AI)기술을 탑재해 뷰티 및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다.
엑시아 실소유주, 폭행 및 특수강도·업무상배임 혐의 받아…엑시아 "사실 무근"
엑시아는 전 직원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엑시아의 실소유주 A 씨는 지난해 폭행 및 특수강도 혐의로 피소됐다. 전 직원인 피해자 C 씨는 A 씨로부터 머리와 복부를 수차례 가격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A 씨는 다른 직원 D 씨와 E 씨로부터 3억 8,000만 원가량의 원화와 암호화폐를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엑시아 측은 "전 직원들이 회사 몰래 배당 순위를 조작, 부당하게 암호화폐를 배당받고 이를 환전해 범죄 수익을 거뒀다"라며 "피해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올해는 1월에는 전 직원들이 실소유주 A 씨와 임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황금률은 "엑시아가 실소유주를 위해 서울 한남동 고급주택인 유엔빌리지를 임차했다"며 "또 벤틀리 등 고가 외제차량을 구매해 애초 목적과는 다른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엑시아 측은 이런 주장 역시 "사실 무근"이라며 "차량은 법인이 리스한 차량으로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했고,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 한남동 고급주택 임차에 대해서는 "한남동 숙소는 집이 먼 임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고, 외부나 중요한 인사들과 미팅이 있을 경우 미팅장소로 사용하고 있다"며 "해외 파트너사들이 입국할 경우 숙박 장소로도 제공하는 등 회사 업무용으로 임차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기업개황에 따르면, 엑시아의 주주는 2명이다.실소유주 A 씨와 박현백 엑시아 대표가 두 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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