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코인원 등 국내 대형 거래소에 소속된 임직원들이 상장피(fee) 수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투자자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모든 거래소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친다. 브로커가 있다면 과연 빗썸과 코인원에만 접촉을 했겠냐는 지적이다. 그간 국내 거래소에 시가총액이 낮은 암호화폐가 다수 상장된 뒤 급등락이 반복되자 상장피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상장피는 거래소가 상장을 대가로 암호화폐 발행사로부터 받는 불법적인 수수료를 뜻한다. 대형 거래소가 절대적인 상장 권한을 쥔 지금의 권력 구도에서 상장피는 모두가 알지만 입밖에 낼 수 없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상장피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21년. 당시 상장폐지를 당한 드래곤베인(DVC) 등은 거래소와의 계약 과정을 공개하며 상장피의 존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입증이 어렵고 처벌 규정 마저 없어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단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거래소와 재단 간 계약서 상 상장피 의심이 가능한 항목은 모두 삭제됐다.
그렇게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덮어버린 바람에 곪아 터진 게 바로 지금이다. 투자자들은 “이제와 처벌하는 것이 무슨 의미”라는 냉소를 던진다. 상장피를 대가로 부실한 심사 속에 코인이 상장됐다면 이미 무수한 거래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황이 엄중한데 정작 암호화폐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상장피가 새로울 것도 없는 데다 과거 논란 속에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흐지부지되자 이번이라고 달라질 게 있겠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장피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피가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지만 현행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첫걸음은 국회에서 잠자는 암호화폐 관련 법안 처리다. 발의안만 무려 17개에 달하지만 심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피 관행 역시 암호화폐 규제 공백 장기화의 산물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상장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야 말로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절호의 기회다. 투자자들을 방치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더 이상 손 놓고 지켜볼 수 없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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