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OK캐쉬백 멤버십을 NFT로 발행했다. ‘로드 투 리치(Road To Rich)’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NFT 캐릭터 명칭은 ‘래키’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출시된 신세계백화점 푸빌라나 롯데홈쇼핑 벨리곰 NFT와는 차이점이 있다. 무료로 발행됐고, 본 캐릭터인 래키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대신 향후 발행될 예정인 다양한 템(TEM) NFT는 거래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들은 최근 NFT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프로필 NFT(PFP NFT) 프로젝트는 보통 초기 발행(minting)할 때 비용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발행된 신세계백화점 푸빌라 NFT는 총 세 차례에 걸쳐 판매됐다. 1·2차 판매에선 250KLAY, 3차 판매인 퍼블릭 세일에선 300KLAY에 판매됐다. 약 두 달 뒤 발행된 롯데홈쇼핑 벨리곰 NFT는 1차 사전판매는 400KLAY, 2차는 520KLAY에 팔렸다. 마찬가지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세일에서는 조금 더 비싼 가격인 620KLAY에 NFT를 팔았다.
이처럼 NFT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는 첫 시점은 NFT를 발행할 때다. 쉽게 말하면 NFT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후 NFT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가치를 올리면, NFT 2차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2차 거래 수수료로 프로젝트는 또 다시 수익을 거둔다.
문제는 NFT 침체장이 도래하면서 이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NFT 가격이 하락했고, 2차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아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홀더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수익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최근 벨리곰과 푸빌라가 잇따라 혜택을 축소한 배경이다.
이에 최근에는 기존 공식을 깨고 NFT를 무료로 발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SK플래닛의 OK캐쉬백 멤버십 NFT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래키 NFT는 OK캐쉬백 회원가입을 하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초기 NFT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대신에 우선 고객이 손쉽게 NFT에 접근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발행된 본 캐릭터 래키 NFT는 다른 지갑으로 전송이 불가능하게끔 설정돼 있다.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한 셈이다. 2차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이내믹 NFT는 NFT 레이더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외부 데이터 값에 따라 NFT가 바뀌는 기술을 의미한다. 로드투리치 NFT는 이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기능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사용자는 각자 원하는 혜택이 담긴 템(TEM) NFT를 조합해 멤버십 혜택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자주 가는 고객이라면 커피잔 템 NFT를 사서 카페 할인을 받고, 쇼핑을 자주하는 고객이라면 쇼핑백 템 NFT를 매입해 쇼핑몰 할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카페를 자주 가지 않는다면 이 커피잔 템 NFT를 타인에게 팔 수도 있다. 로드투리치는 이 거래에서 2차 수수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
홍보 수요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삼성전자 갤럭시 폰 신상이 나왔을 때 해당 스마트폰을 템 NFT로 발행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 템 NFT를 산 고객은 갤럭시 폰 구매 시 할인 혜택을 받도록 구조를 짤 수도 있다.
대기업의 NFT 시장 진출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미 수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이기에 빠른 속도로 NFT 대중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의 도전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올 하반기 다이내믹 NFT 출시가 중요해 보인다. 과연 NFT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