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면서 4년 간의 법정 공방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19일(현지시간)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우리가 기다려왔던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며 SEC의 항소 취하 결정을 알렸다. SEC가 지난 2020년 12월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한 지 4년 만에 소송이 모두 종결된 것이다. 그는 “이는 리플뿐 아니라 가상자산의 승리이며 가상자산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SEC의 항소 취하 소식이 들려온 직후 엑스알피(XRP)는 10% 넘게 치솟았다. 20일 오전 9시 37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RP는 2.52달러로 전일 대비 9.66%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리플과 SEC의 소송은 미국 규제당국의 가상자산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송이다. SEC의 주장대로 XRP가 증권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가상자산들 역시 증권으로 간주돼 강도 높은 규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 지방법원은 지난 2023년 7월 약식 판결에서 XRP 자체의 증권성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지만 SEC가 이에 대해 지난 1월 항소를 개시한 상태였다.
SEC가 리플에 대한 항소를 철회할 가능성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조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SEC는 코인베이스와 오픈씨 등 주요 가상자산 업체에 대한 소송과 조사를 중단해왔기 때문이다.
리플이 지난해부터 미국 가상자산 업계 로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점도 소송 취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리플은 지난 대선 기간 가상자산 관련 슈퍼팩(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7000만 달러(약 1021억 원) 이상의 정치 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취임식에도 500만 달러(약 72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도 갈링하우스 CEO를 미 백악관 가상자산 서밋에 초청하고 XRP를 전략비축자산으로 선정하는 등 리플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SEC와의 소송이 종결되면서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SEC엔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와이즈, 프랭클린 템플턴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XRP 현물 ETF 신청서가 접수돼 있다. JP모건은 “XRP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출시 첫 해에 80억 달러(약 11조 6760억 원) 상당의 자금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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