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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암호화폐 가격을 조작하는가···고래·거래소 가담해도 처벌도 못해

"고래들, 담합하면 손쉽게 시세조작할 수 있어…거래소가 가담하기도"

"거래량 적은 거래소와 오더북 얇은 토큰, 타겟될 수 있어"

펌프&덤프, 워시 트레이딩, 손절매 사냥 등 다양한 방법 난무

암호화폐 시세조작, 피해 여파 크지만 처벌할 근거법도 없는 실정


주식 등 자산거래 시장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인 뒤 이를 비싸게 팔아 처분하는 펌프앤덤프(Pump & Dump)는 이른바 세력들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선 여전히 잘 먹히는 방식이다. 거래량이 불충분해 시세를 조작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세계 곳곳에 널려있고, 정작 이같은 부정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의 시세조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언론은 올 상반기에만 175차례의 펌프&덤프가 발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시세조작에 가담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거래소인 경우도 있다는 증언도 내놓고 있다. 특정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래’들과 거래소가 힘을 합쳐 펌핑&덤핑을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과연 암호화폐 시장의 시세조작은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으키고 있을까.



◇“고래들의 네트워크, 신생 거래소와 결탁한다”=토큰 미스릴(MITH)는 지난 4월 12일 빗썸에 상장되자마자 가격이 1만1,500% 급상승했다. 누가봐도 정상이라 보기 어려운 가격 추이였다. 디센터 기자와 만난 조상수 블록워터캐피털 대표는 “(고래들의)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대표적인 거래”라고 했다.

그는 미스릴 사태를 비롯해 다수의 암호화폐 가격 조작이 특정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한 고래들의 개입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한 고래들은 쉽게 시세를 조작할 수 있다”며 “이들은 특히 사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독이 아닌 시세조작을 일종의 그룹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일부 거래소는 이 같은 시세조작에 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으로써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세조작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 시세조작과 관련된 자체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월부터 6월 사이 여러 거래자료와 암호화폐 트레이더 간 온라인 대화 내용을 분석해 121종의 암호화폐와 관련해 175차례의 ‘펌프&덤프’ 방식 시세조작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총 8억2,500만달러(약9,290억원) 규모의 거래를 유도해 다른 투자자에게 수 억 달러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했다.

◇거래량 적은 거래소 및 암호화폐, 타켓되기 쉬워…펌프&덤프부터 롱숏사냥까지 조작법도 다양= 이 같은 시세조작은 거래량이 적은 일부 거래소에서 더욱 발생하기 쉽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익명의 암호화폐 거래 분석가는 “거래소의 본연의 임무는 거래가 체결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많은 거래소가 유동성 확보보다는 토큰 상장이나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이 부족할 경우 결국 적은 거래량을 일으키는 것 만으로 암호화폐의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투자자가 어느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는지와 상관없이 한국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해 동일한 오더북(Order book)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는 같은 종목이라도 거래소별로 팔자와 사자 주문을 따로 취급하기 때문에 특정 암호화폐의 거래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만큼 조작의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펌프&덤프 커뮤니티로 알려진 빅펌프시그널이 홈페이지를 통해 커뮤니티 규모 및 펌프를 시도한 수와 상승률 등을 홍보하고 있다 / 빅펌프시그널 홈페이지 캡처

가장 대표적인 시세조작 방법은 ‘펌프 & 덤프’지만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방법의 시세 조작 방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펌프&덤프와 반대로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해 손절매 주문을 유도하는 손절매 사냥(Stop-loss hunting), 허위 주문을 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스푸핑(Spoofing), 한쪽에선 팔고 다른 쪽에선 그 물량을 사들여 인위적인 가격의 방향성을 만드는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 등의 방법들이 고래들에 의해 악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가담할 경우 롱숏 사냥(Long/Short hunting)이란 조작법도 사용될 수 있다. 이는 거래소가 투자자의 순자산과 청산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확실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해 시행하는 방법이다. 만약 100달러를 보유한 한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100배 일으켜 투자하는 마진거래를 진행했을 경우, 투자자는 100달러만 가지고도 1만달러를 투자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신 마진거래를 지원한 거래소에 수수료로 50달러를 지불하는 상황이다. 이 투자자가 마진 거래로 1만 달러 짜리 A코인을 구매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거래소 입장에서는 A코인의 가격이 상승한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다. 다만 A코인의 가격이 9,95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거래소는 50달러 수수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토큰을 9,900달러에 팔아버리고 50달러 수수료를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때 거래소는 청산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9,950달러에 도달하기 전 약간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즉시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피해 여파는 커도 처벌은 어려운 실정=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 거래에서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타인이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짜고 매도와 매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규정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암호화폐 시세조종행위를 규율하려면 해당 거래를 주식거래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인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도 암호화폐 시세조정행위에 대해선 쉽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본시장법을 유추해 적용하여 기소를 하더라도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해외에는 펌프&덤프를 위한 대규모 커뮤니티가 공개적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빅펌프시그널(Big Pump Signal), VIP시그널스트래티지(VIP Signal Strategy), 크립토4펌프(Crypto4Pumps)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은 수 만 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다. 특히 빅펌프시그널은 공식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강태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시세조작 피해에 대해 사기 등으로 형사 처벌도 가능할 수는 있지만, 기망자와 피기망자를 특정하는 게 어렵다”면서 “정부가 공인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례상 암호화폐가 몰수 가능한 재산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외의 암호화폐에 대한 특성이 정의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그럼에도 시세조작과 관련된 형사 사건이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암호화폐에 관한 범죄가 환치기나 유사수신 등과 관련이 있다면 이를 처벌할 수는 있다. 다만, 암호화폐 시세조종행위는 그 여파도 크고 죄질도 나쁘지만 처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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