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0여 개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집적단지를 서울 개포와 마포에 조성한다. 특히 개포 디지털혁신파크 내에 2021년까지 국내 최대 ‘서울 글로벌 블록체인 센터’를 설립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5년간 1,233억원을 집중 투입해 블록체인 활성화에 나선다. 1,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서울 펀드’도 민간과 공동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주크시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5개년 중장기 비전이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여러 영역이 있는데 유별나게 암호화폐에만 관심이 쏠려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IT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기에 서울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의 중심이 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발표한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의 핵심은 산업 생태계 기반 구축이다. 주요 추진내용은 △집적단지 조성 △기업성장 지원 △전문인재 양성 △마이스(MICE) 산업 지원 △민관협력 강화 등이다. 블록체인 집적단지는 ‘개포 디지털혁신파크’와 ‘마포 서울창업허브’ 2곳에 총 200여 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한다. 우선 내년까지 서울창업허브 23개(600㎡), 개포디지털혁신파크 50개(2,325㎡) 창업·중견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거점을 기존 공간을 활용해 조성한다.
개포 디지털혁신파크 운동장 부지에는 2021년까지 120개 기업이 입주 가능한 ‘서울 글로벌 블록체인센터’ 건물(지하 2층∼지상 5층)을 신축한다. 블록체인 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공간을 장기 임대하고, 각종 국제회의·행사를 연다.
또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서울 펀드’를 조성해 유망 창업기업에 투자한다. 서울시가 전체 펀드의 14%(136억원)가량을 출자해 마중물을 붓고 나머지는 민간·모태펀드(개별펀드에 투자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펀드) 자금으로 채운다.
서울시 행정에 접목한 블록체인 솔루션 가운데 해외도시로 수출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서울형 ODA(공적개발원조)’도 추진한다. ‘정책+기술’을 패키지화하고 위고(WeGO), 시티넷 등 서울시가 주도하는 국제기구 회원도시들을 중심으로 전파한다는 전략이다.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을 서울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블록체인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산업도 지원한다. 경쟁력을 보유한 블록체인 행사에 서울시가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블록체인 투어코스를 만들어 MICE 참가자들에게 서울의 블록체인 산업 거점을 소개한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한데 모인 ‘크립토밸리’를 보기 위해 인구 3만의 소도시인 스위스 추크에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몰리는 것처럼 서울에도 블록체인 투어를 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기술을 적용·검증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테스트베드’가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행정에 적용해보는 것은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하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로는 △ 온라인 투표 시스템 △ 중고차 이력관리 △ 기부금 관리 △하도급 대금 자동지급 △각종 증명서 발급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를 통해 지금보다 더 손쉽게 리모델링을 할지 재건축을 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복지수당·청년주택·공공근로 대상자 선정 때 서류 제출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경제신문, 체인파트너스, 위워크, 일본의 CTIA, VCG 등은 오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창업허브와 신라호텔, 세빛둥둥섬, 위워크 등에서 제1회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첫 번째 블록체인 행사이기도 하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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