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先入見·Preconception)은 어떤 특정 대상 인식에서 실제여부나 실체를 확인하기 전에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먼저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불확실한 것을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데카르트는 표현했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접하기 전에 매체를 통한 잘못된 이해, 다른 사람의 말이나 소문 등으로 전달되는 부족한 내용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정적 인식과 평가가 선입견으로 표출된다.
선입견이 합리화되고 고정되면 ‘편견(偏見·Prejudice)’이 된다. 편견이라고 하면 적합하지 않거나 대단히 왜곡된 견해라는 생각이 든다. 어감이 좀 무거운 편이다.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어떤 대상의 한가지 혹은 일부에 대한 평가가 나머지 또는 전부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후광효과를 처음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손다이크(Edward Lee Thorndike)는 군에서 상관이 부하를 평가하는 태도를 통해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장교에게 부하의 성격, 지능, 체력, 리더십 등을 평가하라고 주문했더니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른바 ‘모범병사’로 꼽히는 병사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했다. 반면 그렇지 못한 병사는 모든 항목에서 평균 이하로 평가했다. 장교들은 인상 좋고 품행 바른 병사가 군인으로서 우수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선입견이 다르게 표현된 사례인 셈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나, ‘척보면 압니다’라는 개그 표현도 유사한 내용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선입견과 후광효과는 같은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세부적 내용이나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부족한 또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전체를 판단한 것이다. 결과가 좋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커다란 실수를 하게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라고 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가르침이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을 충고하면서, 동시에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함에 따른 문제를 걱정한 것이다. 선입견과 후광효과에 모두 적용해 반성해 봄 직하다.
최근 ‘로스차일드 사칭 ICO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있었다.
마이클 우즈 로스차일드 자산운용 CEO 겸 몬순(Monsoon Storage) 공동창업자의 행보와 그가 사기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변호사의 주장이 결부된 사건이다. 결론은 오해에 의한 해프닝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블록체인 전문매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마이클 우즈는 신원이 확인됐다. 직접 만나서 명함을 교환한 기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몬순이라는 회사의 명함을 직접 주며, 자신의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한다. 또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이 주관한 행사에 주제강연도 하고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도 지사와 교류를 한 바도 있었다.
이러한 그의 행보가 만약 실제로 사기 행각이었다면 관련된 곳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자체가 조롱거리가 됐을 듯 하다.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던 사건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사건은 후광효과로 인한 부작용이다. 마이클 우즈가 로스차일드 임원이니, 모든 것이 장미빛으로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로스차일드가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벌였다기 보다는 몬순이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로스차일드의 행보로 오해해서 발생된 해프닝이라고 판단한다.
가끔 블록체인 백서를 보면 실제 프로젝트팀보다 훨씬 어드바이저가 많은 경우가 있다. 어드바이저의 유명세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이들의 명성을 통해 후광 효과를 보고자 하는 욕심이다. 어드바이저는 부족한 면을 보충해주는 극히 일부여야 한다. 만약 어드바이저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사업 모델이라면 다시 한번 실체를 바라 보는 혜안을 발동시켜 보길 권한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
-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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