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대학교 공용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를 얻기 위한 채굴(마이닝) 작업을 한 정황이 드러나 학교 측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7일 이 대학에 따르면 최근 대학과 관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제보자가 ‘대학 캐드실에서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는 “학부 건물 캐드실 컴퓨터에 ‘HoneyMiner(하니마이너)’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호기심에 클릭해 봤더니, 비트코인과 모네로(XMR)를 채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1월 25일 설치된 이후 최소 사흘간 가동된 기록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는 모두 27대에 달했다.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은 동시에 많은 컴퓨터를 가동해야 하고, 데이터 처리 과정이 복잡해 일반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성능 좋은 컴퓨터 수십 대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데다, 전기료 부담이 없는 대학 공용 컴퓨터를 가상화폐 채굴에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관계자는 “공용컴퓨터실은 모든 학부생을 위한 시설”이라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을 찾는 한편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경남에서는 한 대학교수 실험실 컴퓨터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한 혐의(업무방해·절도)로 연구원 2명이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비트코인을 채굴하려고 실험실 컴퓨터 13대 등을 몰래 가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대학은 내부 제보로 범행을 확인, 이들 연구원에게 전기요금 570만원을 청구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전력 도용은 해외에서도 적발 사례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 클링엔탈시 경찰 당국은 “독일의 전력회사 PGH 일렉트로(PGH Elektro)와 컴퓨터 시스템을 추적한 결과 범죄 일당이 2017년부터 전력을 도용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들은 무단 도용한 전력을 사용해 80여 대의 그래픽카드(GPU)를 가동해 암호화폐를 채굴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도용으로 인한 PGH 일렉트로의 피해는 약 22만 유로(2억 8,000만원 상당)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12월 대만에서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채굴을 위해 300만 달러 이상의 전력을 도용한 용의자가 체포됐고, 지난 해 10월 중국에서는 BTC 채굴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기차역에서 전력을 끌어다 쓴 일당에게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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