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오케이이엑스 등 해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체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 플랫폼을 선뵈면서 IEO가 시장의 트렌드로 재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 안에 있다. 코인제스트와 캐셔레스트 등 국내 거래소도 IEO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다. 토큰맨, 체인비 등 IEO 전문 거래소를 표방하는 거래소도 등장했다.
ICO와 IEO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소가 ‘검증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ICO에 진력이 난 투자자는 시장을 떠났고,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자금을 모으기 힘들어졌다.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투자를 받고자 하는 프로젝트 간 정보비대칭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사이의 신뢰도 무너졌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게 거래소다.
토큰맨은 IEO를 설명하는 글에서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거래소가 위탁을 받아 매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분석 및 기술력, 인적자원 등 검증을 통해 신뢰도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또 ‘IEO는 ICO 방식과 비교했을 때 최소기능제품(MVP)이 요구된다’며 ‘프로젝트 팀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IEO 프로젝트를 홍보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세밀히 살폈다’라는 것이다. IEO 참가자는 거래소를 신뢰하고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나 일부 IEO를 진행하는 거래소가 공개하는 프로젝트 세부정보의 수준은 초라하다. 락업 기간과 토큰 정보, 활용 분야 등의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는 ‘검증 후 결과’라기보단 단순한 정보의 전달에 더 가깝다. 프로젝트를 들여다본 담당자는 누구인지, 거래소의 의견은 어떠한지, 그리고 투자의 위험은 어떠한지 등 초보적인 수준의 투자설명서에 담겨야 할 내용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토큰 세일과 상장만 신경을 쓴다”면서 “프로젝트의 실제 개발 상황을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IEO 진행을 검토했다는 한 프로젝트 팀 관계자는 “한 거래소는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기도 전에 IEO를 위한 상장 수수료부터 내라고 했다”며 “작은 거래소까지 경쟁적으로 IEO에 나서니 검증보다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훈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심사과정을 거친다고 밝힌 곳은 많지만, 회계 감사 등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IEO 검증 절차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슈2. IEO 프로젝트가 사기였다면?
만약 IEO 이후 해당 프로젝트가 사기(Scam)으로 밝혀진다면, 거래소는 책임을 져야 할까? 투자자는 쉽게 거래소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거래소는 IEO를 소개하는 웹페이지에 ‘토큰 구매는 프로젝트 팀(발행사)과 투자자 사이에서 이뤄지며 거래소는 매도인 또는 매매거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권오훈 변호사는 “IEO 프로젝트가 사기 논란을 겪을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는 프로젝트의 토큰을 단순 위탁판매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에 책임을 묻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직접 거래소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투자자는 거래소에 대해 민사적인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거래소가 해당 프로젝트가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투자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3. 거래소가 ‘갑’, 암호화폐 프로젝트 팀은 ‘을’?
거래소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내세운 IEO로 새로운 돈벌이에 나섰지만, IEO의 프로젝트 팀과의 거리 두기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거래소는 프로젝트 팀의 IEO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원한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IEO 계약 시 세부내용은 프로젝트 팀마다 다르다”면서도 “대부분 팀은 계약을 맺는 시기에 맞춰 IEO 진행비용과 마케팅과 홍보 비용을 거래소에 지불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IEO 프로젝트와 거리를 둔다. 일부 거래소는 IEO 관련 공지사항에 ‘토큰에 대한 문의는 거래소가 아닌 프로젝트 팀(발행사)에 직접하라’고 고지해뒀다. 권 변호사는 “IEO에서는 거래소가 ‘갑’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팀들은 불공정계약 등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