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때 흥했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채굴형 토큰들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결제 제휴처를 마련하는 등 토큰 수요 창출에 도전하면서다.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한 채굴형 거래소를 고민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채굴형 거래소 토큰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등장했다. 발행 모델은 투자자들이 낸 수수료를 거래소 토큰으로 돌려주고, 거래소 수익의 일부를 해당 토큰 보유량에 따라 배당하는 ‘트레이딩 마이닝’이다. 지난해 5월 가장 먼저 이 아이디어를 도입한 에프코인은 단숨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글로벌 거래량 1위로 올라섰다. 에프코인의 채굴형 토큰 FT 가격도 뛰어올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와 캐셔레스트 등도 이 같은 방식을 답습했다. 각각 채굴형 토큰 코즈(COZ)와 캡코인(CAP)을 발행했고, 비교적 늦게 출범한 거래소임에도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에프코인이 수수료를 FT로 돌려주고 거래소 수익의 80%를 FT 보유량에 따라 배분했듯, 코인제스트도 수수료를 COZ로 지급하고 수익의 70%를 배당했다. 캐셔레스트는 투자자가 자신이 낸 수수료의 70%를 CAP으로 지급 받게끔 했으며 거래소 수익의 100%를 CAP 보유량에 따라 현금으로 배당했다.
하지만 에프코인의 FT는 오래가지 못했다. 토큰 가격의 기반이 되는 토큰 이코노미 모델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마이닝 모델에 따라 매일 새로운 토큰이 발행됐지만 토큰을 얻고 싶어하는 수요는 꾸준히 늘지 않았다. 토큰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면서 토큰 가격은 자연히 하락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에프코인의 전철을 밟았다. 토큰을 소각하며 가격 유지하려 했으나 거래량과 토큰 수요가 꾸준히 줄면서 가격 하락을 면하지 못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캐셔레스트를 운영하는 뉴링크는 최근 채굴형 토큰 CAP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자체 결제 시스템 ‘캡페이’를 구축했다. 암호화폐 결제대행 기업인 하이브랩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제휴 매장에서 캡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캐셔레스트는 캡페이 제휴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며 상반기 중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인제스트 역시 최근 채굴형 토큰 코즈(COZ)와 배당에 쓰이던 토큰 코즈아이(COZi)를 결합한 코즈플러스(COZP)를 발행한 뒤 COZP의 결제 사용처를 늘리겠다고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COZP는 기존 채굴형 토큰처럼 수수료 보상에 쓰이면서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 참여, 제휴 쇼핑몰 결제 등에도 이용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거래소 토큰을 실생활에서 결제용으로 쓰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결제도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굴형 거래소 토큰이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채굴형 토큰을 쓰는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오프라인에 결제 제휴 매장을 만드는 것은 현재 시점에선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거래소에 상장한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들과 협력해 디앱 내에서도 채굴형 토큰이 유틸리티토큰처럼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채굴형 토큰을 ‘유틸리티 토큰화’하기 전에 채굴형 토큰의 토큰 이코노미 한계 자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벨릭의 관계자는 “벨릭 역시 채굴형 토큰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기존 트레이드 마이닝 모델로는 가격 덤핑이 발생하면 초반 진입자들만 수익을 얻어가는 토큰 이코노미의 한계가 있었다”며 “실사용처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해 채굴형 토큰을 없애고 유틸리티토큰인 벨트 토큰만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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