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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암호화폐 금융’과 ‘디파이(De-fi)’는 다르다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암호화폐 랜딩(Lending)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여러 언론은 바이낸스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디파이 생태계로 진출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바이낸스가 선보인 랜딩 상품은 바이낸스코인(BNB), 이더리움 클래식(ETC)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언뜻 보면 디파이를 지향한다며 등장한 다른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들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바이낸스 랜딩 서비스에서 맡긴 암호화폐는 바이낸스의 마진 서비스로 간다. 마진 이용자들은 랜딩 이용자들이 맡긴 암호화폐를 빌려 투자한다. 바이낸스가 직접 마진-랜딩 간 대출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또 랜딩 서비스 이용자들은 바이낸스가 정해놓은 이자율에 따라 이자를 받는다. 명확한 중개자가 있는 중앙화 시스템이다. 디파이와는 분명 거리가 멀다.



이처럼 단순히 암호화폐를 금융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디파이’라고 부르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암호화폐 금융(크립토 파이낸스, Crypto Finance)’과 디파이를 혼용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디파이의 기대효과나 디파이가 지향하는 바가 흐려지기도 한다.

디파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지향한다. 금융기관에 통제권을 넘겨주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유되는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게 디파이 서비스들의 목표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에서 내세웠던 바와 비슷하다.

이런 디파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무허가성, 검열저항성이다. 복잡한 실명인증 절차나 신용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무허가성), 정부나 금융기관·대기업의 검열을 받지 않아도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게 (검열저항성) 특징이다. 중개자를 통해 신뢰를 확인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중개자가 완전히 배제된 디파이 서비스는 구현할 수 없다. 특정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려면 그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향후 관련된 모든 결정 사항을 이용자나 기술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진입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컴파운드(Compound), 메이커다오(MakerDAO)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디파이 서비스들이 지향하는 바다. 두 랜딩 서비스에서 대출 이자율은 자동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KYC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KYC 절차를 거치고 거래소의 검열을 받는 랜딩 서비스들과는 차이가 있다.

명확한 중개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금융에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디파이라 불린다면 디파이의 존재 가치가 옅어진다. 용어의 정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금융의 탈중앙화를 통해 꿈꾸는 바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때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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