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지원에 힘 쏟는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 경우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원금만 받고 서비스를 관리하지 않은 디앱들이 향후 ‘유령 디앱’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해외에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은 블록체인 플랫폼 블록스택(Blockstack)이 이달부터 개발자들을 위한 지원금을 늘렸다. 블록스택은 우수 디앱 개발팀에 금전적 보상을 주는 ‘앱 마이닝(App Minig)’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동안 앱 마이닝 지원금은 매달 20만 달러(약 2억 4,000만 원)였으나 이달부터는 50만 달러(약 5억 8,400만 원)로 그 규모가 늘었다. 사용자를 많이 유치한 1위 디앱은 월 3,000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꾸준히 개발자에 금전적 지원을 해온 온톨로지(Ontology)는 지난달부터 글로벌 대학교 워크숍 프로그램을 시작, 지원 방안을 하나 더 늘렸다. 워크숍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팀을 이뤄 디앱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제안된 프로젝트 중 온톨로지 메인넷에서 구동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최대 2만 달러(2,3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워크숍 프로그램의 첫 대상 학교는 서울대학교다.
하지만 금전적 지원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디앱을 만든 뒤 지원금만 받고, 앱 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 개발자들도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네뷸러스(Nebulas)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디앱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진행, 총 27만 6,500 NAS(네뷸러스 토큰)를 개발자들에게 지원했다. 지난해 6월 기준 NAS 가격으로 약 14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많은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뛰어들었고 네뷸러스 플랫폼엔 6,871개에 달하는 디앱이 생겼다. 이 중 15%인 1,039개 디앱은 보상을 받았다. 디앱 통계 사이트 디앱닷컴에 게재된 디앱이 3,109개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그러나 현재까지 꾸준히 활성화된 네뷸러스 디앱은 거의 없다. 금전적 지원을 받은 1,000여 개의 디앱이 사용자 없는 ‘유령 디앱’으로 전락한 것이다.
개발자 지원에 나서는 프로젝트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일정 기간 보상을 지급하기보다 꾸준히 지원금을 주고, 사용자 수나 거래량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우수 디앱’만 지원하는 게 대표적인 부작용 방지법이다.
블록스택은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앱 마이닝 프로그램을 오는 2020년 10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비교적 긴 기간 동안 디앱들을 지원함으로써 디앱 팀들이 꾸준히 앱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블록스택의 디앱 순위는 매달 변경되기 때문에, 지원 대상 순위권에 속한 우수 디앱들은 해당 순위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사용자를 끌어들이게 된다.
우수 디앱에 주 단위로 지원금을 지급하던 온톨로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온톨로지는 개발자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한 지 6개월째였던 지난 7월 지원 디앱 선정 방식을 바꿨다. 지원 대상 순위권에 들기 위해 사용자 수, 거래량 등 데이터를 조작하는 디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온톨로지는 받은 지원금 중 50%를 사용자 보상으로 지급하는 디앱 팀에게만 온톨로지 토큰(ONG)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디앱들이 온톨로지 아이디(ONT ID)를 발급받은 사용자에게만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생태계 확장을 촉진하고 있다.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함으로써 디앱 개발자들끼리 서로 성장을 돕게끔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온톨로지는 대학교 워크숍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꾸준한 인큐베이팅을 지원한다. 미국 플랫폼인 블록스택도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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