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단체를 믿을 수 없다면 선뜻 기부하기 어렵다. 내가 낸 돈이 엉뚱한 데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부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이 같은 신뢰 문제를 해결하려는 플랫폼이 출시됐다.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CHERRY)’다. 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2019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선정된 프로젝트다. 이포넷(E4Net)은 두나무, 이노블록, 어린이재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블록체인 진흥주간’ 행사에서 이수정 이포넷 대표는 “기부만큼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부자, 캠페인 주도자, 수혜자 등 다양한 범주에서 누구나 주체로 참여 가능하다는 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대표는 “체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체리 작동 방식은 이렇다. 체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는다. 해당 앱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체리 토큰’을 충전한다. 이포넷 관계자는 “체리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1만 원을 결제하면 체리 토큰 1만 개가 사용자 지갑에 충전된다. 체리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된다. 체리 앱 내에 있는 다양한 캠페인 가운데 기부하고 싶은 캠페인을 선택한다. 해당 캠페인에 원하는 만큼 체리 토큰을 기부한다.
이 과정은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다. 사용자는 기부금 모금 내역 등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캠페인 주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캠페인 주도자는 기부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기부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때 각종 보고서 발행 등에 필요한 행정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상에 기부금 모금 내역 등이 기록되면 캠페인 주도자는 이러한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정보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수정 이포넷 대표는 “현재는 캠페인 주도자에게 기부금이 전달되는 내역만 추적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실제 수혜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까지 기부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할 경우, 수혜자의 체리 앱 지갑에 쿠폰이 전달된다. 이 쿠폰으로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생리대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사용자가 자기가 기부한 체리 토큰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게 목표”라며 “체리 앱 내에서 누구나 기부를 즐기고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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