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믿어주는 투자자를 찾는 것. 스타트업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진주알 찾기와 같다.
하프스는 스타트업과 전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넥스트 유니콘'을 운영하고 있다. 하프스도 하나의 스타트업으로서 최근에는 해시드와 동훈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투자 시장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장재용 하프스 대표를 만났다.
하프스도 지금의 넥스트유니콘을 운영하기 전까지 몇 차례 피보팅을 진행했다. 미국서 패션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던 중 온라인 투자 시장이 발달했음을 발견했다. 장재용 대표는 "미국은 땅도 넓고 기업도 많아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투자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로 얼굴 한 번 안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곳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아시아에 시장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를 만났다. 이 투자자는 장 대표에게 "스타트업 투자 정보를 보는 웹사이트가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는 곧 넥스트유니콘으로 이어졌다.
장 대표는 "이 플랫폼이 '성공하겠다'라는 것보단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조금 더 컸다"고 말했다. 창업이 미래라는데 국내에 이런 웹사이트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올해 넥스트유니콘에서 성사된 '스타트업-투자자' 미팅은 370건 이상이다. 7월 한 달에만 126건이 진행됐다. 초반에는 온라인 플랫폼에 회의적이었던 투자자들도 점차 넥스트유니콘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며 "그러나 투자자의 능력은 정보가 아닌 분석력과 판단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가 공개돼 있으면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리소스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은 넥스트유니콘을 통해 IR 자료를 투자자에게 전송할 수 있다. 투자자도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역으로 IR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오프라인 미팅,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8월부터는 해외 투자자와 국내 스타트업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이끄는 코렐리아 캐피탈에 국내 스타트업을 연결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젝트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도 등 해외 스타트업을 소개하기도 한다.
넥스트유니콘은 스타트업 토탈 솔루션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행정부터 마케팅, 영업, 회계, 세무, 법률, 특허 등 스타트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돕는 솔루션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에는 언론PR, 투자자 네트워크, 투자자 정보 세 가지 서비스를 선보인다.
우선 보도자료 작성법을 모르는 스타트업을 위해 기본 템플릿을 제공하고, 배포까지 돕는다. 언론 노출도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법률 및 특허 교육과 기타 동영상 교육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국내 사용자들은 정보를 한곳에 모아주는 큐레이션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통합 서비스가 낮은 가격에 제공되면 스타트업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서비스들은 넥스트유니콘과 하프스의 미래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IR 자료를 직접 전송할 때만 소정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향후에는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차등 과금을 진행할 방침이다. 무료 버전의 서비스도 계속 유지한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가 하프스에 투자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장 대표는 "비상장 기업에서 나오는 정보가 많다"며 "이런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데 해시드와 동감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정보, 투자기관정보, 등기서류, 재무제표, NDA 문서 등 신뢰도가 중요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프스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전 분야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이 가장 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다. 넥스트유니콘이 없으면 안 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장재용 대표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는 게 장기 목표"라며 "차츰 시장의 변화가 보이는 가운데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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