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BTC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GBTC 차익거래와 함께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GBTC 주식 매각, 운용사 간 수수료 격차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1일(이하 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달 10일 신탁에서 ETF로 전환된 GBTC는 4만 8700달러(약 65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BTC 가격을 3만 8600달러(약 5150만 원) 대까지 끌어내렸다.
보고서는 지난 수 주간 GBTC 매도세의 주요 동인으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높은 할인율을 꼽았다. GBTC 할인율은 기초자산인 BTC 현물과 GBTC의 시장 매매가 간의 가격 차이를 말한다. 할인율이 5%라면 GBTC 가격은 BTC 대비 5% 낮다는 뜻이다.
재그 쿠너 비트파이넥스 파생상품 책임자는 “현재 GBTC의 할인율은 대부분 차익거래를 마쳐 0%가 됐다”면서 “이는 BTC 현물 ETF 출시를 두고 투자자들이 가장 기다리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GBTC 할인율이 줄어든다는 건 BTC와 GBTC를 교환하는 사례가 증가해 그만큼 GBTC 수요가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수요가 많을 경우 가격 프리미엄이, 적을 경우 가격 할인이 발생한다는 점을 노려 차익거래를 활용한다.
GBTC는 지난 16일 BTC 현물 ETF 전환 이후 43억 달러(약 5조 7340억 원) 가량의 순유출이 있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경우 20억 달러(약 2조 6670억 원)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현재 GBTC의 운용자산(AUM)은 240억 달러(약 32조 원) 수준으로 여전히 가장 규모가 큰 BTC 현물 ETF로 알려졌다.
또한 보고서는 BTC 가격 하락이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보유하고 있던 GBTC 주식 상당수를 매각한 탓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FTX는 10억 달러(약 1조 3335억 원)에 달하는 GBTC 주식 2200만 주를 청산했다.
BTC 현물 ETF 운용사 간 수수료 차이도 BTC 하방 압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레이스케일 GBTC의 운용 수수료는 1.5% 수준이다. 인베스코·갤럭시디지털의 ‘인베스코 갤럭시 비트코인 ETF(BTCO)’가 지난 30일 0.39%의 수수료를 0.25%로 조정한 사실을 감안하면 비싼 수수료다. 이 밖에도 피델리티의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트러스트(FBTC)’, 발키리의 ‘발키리 비트코인 펀드(BRRR)’,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반에크의 ‘반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HODL)’도 수수료를 0.25%로 책정했으며 프랭클린 템플턴의 ‘프랭클린 비트코인 ETF(EZBC)’는 0.19%로 운용사 중 가장 낮다.
쿠너 책임자는 “수수료 차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GBTC에서 저비용의 BTC 현물 ETF 옵션으로 자금을 옮겼다”면서 “다른 ETF들 중 일정 기간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경우도 있어 더욱 자금 이동이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BTC 현물 ETF 간의 자본 이동은 점차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너 책임자는 “일일 유출은 매일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약 4억 5000만 달러(약 6000억 원)로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GBTC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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