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규제가 시작된 6년 전과 지금은 시장의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산업군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혁신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시중은행에서 디지털 금융 기획·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가 2년 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했다. 그는 “금융·산업계 모두 가상자산의 제도 편입에 공감한다”며 “규제 당국·입법부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광풍이 불던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선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하는 등 그림자 규제가 시작됐다. 시장이 과열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에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는 등 시장이 무르익으며 당국과 투자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규제가 6년 동안 유지되며 산업 발전과 다양성을 저해했다”며 거래소가 대부분을 차지한 국내 시장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고 반년 동안 거래소와 일부 커스터디 기업이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취득했지만 이후 VASP를 새로 발급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꼬집었다. VASP 발급 진입 장벽이 높은 탓에 거래소 중심의 산업 구조가 형성됐고 블록체인 산업 전체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거래소의 잦은 해킹 이슈를 예로 들었다. 그는 “거래소는 ‘거래’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편의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며 “대규모 자산이 모인 탓에 해커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보안 취약’이라는 구멍을 메울 대안으로 커스터디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커스터디는 암호 보안 기술이 적용된 복수지갑구조를 통해 해킹에 대비하기 쉽다”며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중간에서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가상자산 산업군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형 비트코인(BTC) 현물 ETF가 논의되고 있지만 출시되기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커스터디를 포함해 지수 관리 업체, 시장 조성자(MM), 장외거래(OTC) 업체 등 다양한 사업자가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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