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블록체인 업계에 다양한 핫이슈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디파이의 행보는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디파이는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다르게 이미 작동하고 있는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적지 않은 유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자산 토큰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처럼 기술이 적용된 미래의 상황을 제시하고 추측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디파이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디파이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컴파운드(Compound), 디와이디엑스(dYdX), 펄크럼(Fulcrum)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디파이 서비스들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각 서비스의 작동원리와 블록체인 기술 활용도에 대해 조사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됐다. ‘메이커 다오(Maker DAO)의 위험요인은 무엇일까?‘,‘컴파운드는 암호화폐 기반 담보대출 서비스인데, 컴퍼운드와 암호화폐에 이중으로 의존해야 할 경우 위험도는 어떻게 증가할까?’,‘과연 사용자들이 디파이 서비스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디파이 서비스를 제대로 분석해보고, 이런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파헤쳐보기 위해 뭉치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보도록 하자.
분 단위로 급변하는 암호화폐 가격은 많은 사람의 투기 열풍을 낳았다.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한국의 경우 하루 만에 10%, 20%, 30% 폭등하는 암호화폐 투자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도 했었다. 기존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1~2%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익율이다. 괜히 ‘김치 프리미엄’이란 단어가 생기고, ‘가즈아’가 유행어가 된 게 아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암호화폐는 투기장이고, 블록체인도 똑같은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백서를 읽고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는 단순 투기장이나 사이버머니가 아니다. 암호화폐는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디지털 자산의 이동을 가능케 하고, 검열 저항성을 지니며, 한 번 네트워크에 기록된 거래 내역은 위변조될 확률이 거의 없는 ‘기술’이다.
암호화폐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실용성 있는 기술의 산물이라는 것은 ‘송금’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S은행을 통해 미국 은행으로 1,000만 원을 송금하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 이상, 최대 3일 정도가 소요되며 송금 수수료와 전신료로 2만 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개은행 수수료, 현지 은행 수취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포함하면 비용은 약 5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을 통해 미국으로 동일한 금액을 송금할 경우 최소 10분에서 1시간 만에 송금이 완료된다. 수수료는 11월 12일 기준 0.39~0.4달러다. 속도와 비용면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는 제도권 화폐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분명 송금을 할 때는 1,000만 원이었던 자산이, 해당 자산(암호화폐)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받는 시점에는 900만 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은행보다 과정이 간소화돼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본인의 자산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암호화폐로 송금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 송금뿐만이 아니다. 암호화폐 결제와 투자 등 영역에서도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은 실생활에서의 암호화폐 대중화를 가로막는 엄청난 걸림돌 역할을 해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기존 암호화폐와는 다르게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다. 예컨대,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를 발행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하나둘 시작된 것이 2014년경이고, 점차 다양한 팀들이 각기 다른 모델의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음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의 유형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1.법정화폐 담보 방식
암호화폐의 가격이 달러화와 100% 일치하도록 가격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당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달러만큼만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재단이라고 가정한다면 1만 DTC를 (가칭) 발행하고 항상 1DTC를 1달러와 교환해주는 것이다. 법정화폐 담보방식의 장점은 암호화폐 가격 안정성이 가장 확실하게 보장되며, 상당수의 프로젝트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의 운영 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담보로 그 양만큼 암호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중앙화 이슈가 존재한다. 또한, 담보의 양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명확하고 투명하게 알기 힘든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2. 암호화폐 담보 방식
현존하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또 다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달러와 최대한 일치하도록 가격을 유지하며. 법정화폐 담보방식보다 비교적 탈중앙화된 화폐 발행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담보방식의 장점은 탈중앙화된 방식이다. 중앙 집권적으로 발행되는 법정화폐 담보방식과 다르게,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받기까지의 과정이 스마트 컨트랙트상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다만, 여전히 해당 스테이블 코인 커뮤니티로부터 완벽한 탈중앙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담보로 맡긴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존재한다. 또한, 해당 암호화폐의 가격을 외부로부터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오라클 문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3. 시뇨리지 기반 방식
시뇨리지 방식은 스테이블 코인 중 특정 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고 코인을 발행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시뇨리지는 화폐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 및 유통 비용을 뺀‘ 차익을 의미하는 말이다. 스테이블 코인에서의 시뇨리지도 동일한 의미다. 코인을 발행함으로써 얻는 차익, 즉 시뇨리지를 해당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 안정성 확보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의 화폐량을 코인의 시장가격에 따라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이 방식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거나 소각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과 일부 유사하다. 단지 화폐량을 조절하는 주체가 중앙화된 주체가 아닌 알고리즘이 되며, 이를 통해 시장가격과 목표가격의 차이를 최소화한다. 시뇨리지 기반방식은 중앙화 요소를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비교적 단순한 메커니즘에 근거하기 때문에 그 원리가 암호화폐 담보방식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인 편이다. 하지만 담보가 없이 오로지 수요에 따라 공급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식의 알고리즘으로만 암호화폐의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급격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스테이블 코인 인덱스 기준 거래량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테더(Tether)-260억 5,200만 달러
2위 팍소스(Paxos)-4억 3,432만 달러
3위 유에스디씨(USDC)- 3억 2,828만 달러
4위 트루유에스디(TrueUSD)-3억 529만 달러
5위 다이(Dai)- 623만 달러
(참고로 이 중에서 메이커다오의 다이를 제외하곤 전부 법정화폐 담보방식이다.)
●스테이블 코인 인덱스 기준 시가총액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테더(Tether)-46억 7,000만 달러
2위 팍소스(Paxos)-4억 4,611만 달러
3위 유에스디씨(USDC)- 2억 1,986만 달러
4위 트루유에스디(TrueUSD)-1억 6,864만 달러
5위 다이(Dai)- 9,956만 달러/( 2019.11.29 스테이블 코인 인덱스 출처)
다만 위의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은 유의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테더의 경우 거래량이 시가총액보다 약 5.6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 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이 약 9조 8,000억 원(11/19/2019 기준)인 것을 고려했을 때, 테더의 하루 거래량 260억 5,200달러(약 30조 원)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의 일 거래액이 마켓 메이킹을 통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단, 이러한 논란은 스테이블 코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아직 완전히 밝혀진 사실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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