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과 손잡고 법인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제도적 한계로 실질적 거래는 제한적이지만 업계는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앞다퉈 영업에 나선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법인 대상 영업 채널을 개설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코빗은 법인 전용 페이지를 제일 먼저 개설했다. 업비트는 지난 달 26일 ‘법인 회원가입 문의’ 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관련 문의가 급증하자 28일 별도 공지를 통해 안내했다. 빗썸은 같은 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인 대상으로 전담 매니저가 직접 찾아가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주목할 점은 거래소들이 시중은행과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지점이다. 코빗은 실명계좌 제휴은행인 신한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략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탄 빗썸 역시 ‘보다 탄탄한 금융권 연계 기반을 확보했다’는 문구를 직접 사용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최근 KB국민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전하면서,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리를 두던 은행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이 빗썸의 법인 영업을 전담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빗썸 내부에서도 별도로 법인영업팀을 구성했다"며 "최근 전통 금융사 출신을 영업팀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거래소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앞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비영리법인과 법집행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매도 목적의 현금화 요건을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게임스탑, 메타플래닛 등 상장 기업이 비트코인(BTC)에 직접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품에 투자하는 기업도 증가 추세다. 지난 31일 기준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IBIT에 유입된 금액은 1510만 달러(약 222억 원)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법인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파생상품 수요 확대와 맞물려 새로운 금융 상품 개발 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은 제도적 한계로 실질적인 거래 유치가 어렵지만, 제도화 이후 본격적인 법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채널을 구축해두는 것”이라며 “현재의 영업 강화는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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