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가 자금난으로 인해 원화출금을 막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난에는 예상치 못한 고액의 세금 부과와 거래소 넥시빗에 빌려준 자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코인제스트는 차세대 거래 플랫폼 구축을 이유로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고객들의 원화출금을 막은 상태다.
거래소 넥시빗에 10억 원 가량을 빌려준 일도 자금난에 영향을 미쳤다. 임원은 “내년 4월 넥시빗이 돈을 상환하기로 약속했으며, 돈을 받으면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전했다. 그는 “넥시빗이 지난 5월 지비시코리아에 인수되면서 채무도 승계됐기 때문에 상환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비시코리아 측 입장은 달랐다. 지비시코리아 관계자는 “넥시빗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며 “채무 변제 책임이 없다”고 전했다.
자금난이 완전히 해결된 후에 출금을 재개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은 이달 안에 ‘일부’ 원화 출금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금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재개할 계획”이라며 “일부 보따리상(거래소를 오가면서 암호화폐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자) 등의 출금을 제한하거나 출금액에 상한선은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금액에 상한선을 두는 이유는 오랜 출금 제한으로 인한 뱅크런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출금 재개를 위한 자금은 △전환사채 발행 △주주 추가 출자 △경영진의 자금 수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임원은 “지금 M&A 시장에서 코인제스트의 회사 가치는 150억 원 정도”라며 “주주들이 초반 출자한 금액이 총 40억 원이기 때문에 거래소를 살리기 위해 추가 출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주 중 한 곳인 한빛소프트는 자체 암호화폐인 브릴라이트 코인을 코인제스트 거래소에 상장한 바 있다. 브릴라이트 코인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코인제스트에 추가 출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폐업을 위해 전 직원 휴가를 감행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최근 구조조정도 있었고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나머지 직원들에게도 위로 차원에서 연차를 사용하도록 독려했다”고 답했다. 이어 “전기세라도 아껴보고자 일부 사무실 조명을 꺼놨다”며 “이 때문에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코인제스트 전 직원은 50명이었으며 그중 20명이 외부 개발업체 소속이었다.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면서 개발 업체 직원들은 퇴사했고 코인제스트는 나머지 30명 중 15명을 구조조정했다.
코인제스트는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거래소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임원은 “일명 ‘먹튀’를 하려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 거래소를 살리고자 국정감사에도 나가고 인원도 감축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금을 환급받고 넥시빗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내년엔 최소 20억 원의 현금이 생긴다”며 자금난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코인제스트는 일부 암호화폐의 입출금만을 재개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해당 암호화폐의 코인제스트 가격과 다른 거래소에서의 가격 간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출금이 가능한 암호화폐를 구매해 타 거래소로 옮기려는 매수자가 몰린 탓이다. 업비트 기준 346원인 리플(XRP) 가격은 코인제스트에서 1,160원에, 4,080원인 이오스(EOS)는 1만 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현영·노윤주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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