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재 대상국의 가상자산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5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 – 제재’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 대상국가와 단체들은 지난해 총 158억 달러(약 22조 7488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거래했다. 이는 전체 불법 가상자산 거래의 39%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란의 가상자산 사용이 급증했다. 지난해 이란 거래소의 가상자산 유출액은 41억 8000달러(약 6조 183억 원)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이는 정부 불신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자본 도피 수단으로 가상자산이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국제 결제 수단으로 합법화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해 러시아 UAV 개발사 KB 보스톡 등 군수 관련 기업들의 가상자산 활용을 적발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불법 자금 세탁에 악용되는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도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토네이도 캐시를 통한 자금 세탁 규모는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특히 도난 자금이 전체 유입액의 24.4%를 차지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제재 대상국의 가상자산 활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규제당국과 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이란 등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거래소가 감소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분석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위험 기반 통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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